

대륙을 가르는 큰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면 총국의 중심, 한가운데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섬이 있다. 백성들은 섬을 신성시 여겨 인간의 출입을 금한다. 사방신이 수호하는 섬에서는 이따금 용의 하품 소리도 들리곤 한다지. 여전히 용의 숨결이 자리매김한 땅이다.
긴 시간 홀로 살아가는 용은 오랜 시간 깊은 곳에 몸을 뉘곤 한다. 인간들이 부르길 수면기라 하더이다. 기간은 알려진 바 없다. 허나 용의 은혜는 흐르는 물처럼 끝없이 이어지기에 백성들은 기꺼이 감내하리라.
감내할 수 있다면, 기꺼이…….
매해가 풍요로웠던 천년의 역사 속 유독 가뭄이 거셌던 해의 일이다. 용이 잠든 지 백 년이 흐른 해. 유독 많은 생명을 잃었다. 인간들은 매주, 매달 기원제를 열어 하늘에 빌었고, 수도는 곳간을 열어젖혔다. 그해 왕은 백성들의 핏물에 잠겨, 눈물 섞인 원성에 둘러싸여 용이 깨어나길 간절히 빌었다. 때는 못처럼 차오른 고통이 만연한 세상이다. 부르짖는 간절함, 금빛 물결이 쏟아져 내린다. 서쪽부터 내리쬔 햇살이 중심을 비추면, 마침내 바라던 풍요다. 인간의 생은 짧디짧아 용의 모습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시선을 마주하기조차 버거워, 그 빛에 탄복해 머리를 조아린다. 이것이 용의 은혜니라. 의심치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 앞에 엎드려 경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 꼿꼿이 고개를 들고 마주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르은의 아이더라. 마주한 용의 자태는 이질적이기 짝이 없었다. 경외, 존경은 제한 순수한 두려움. 잘게 떨리는 손을 뒤로하고 의구심은 낮게 깔린다.
화려한 비늘이 하늘 수놓으면, 사방신들 깊은숨 내뱉는다. 과거의 영광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새로운 천년의 역사를 기록할 책을 준비하자. 먹을, 그리고 붓을. 용께서 이 땅을 수호하리니, 그 어떤 역경도 두렵지 않다. 백성들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지 오래.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모든 것은 과거와 같다.

이 기록은 그로부터 50년 후의 일로 추정된다. 구석 마을의 아무개가 수도 근처 개울에서 주웠다지.

처음 1년은 인식하지 못했다. 미르은의 아이들만이 위화감에 고개를 기울였으나 그 위화감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기에 오랜 미르은의 아이들만이 이따금 용의 섬을 눈에 담았을 뿐.
3년, 눈에 띄게 작황이 나빠졌다. 용께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데. 그래, 용께서 편찮으신게지. 백성들은 없는 살림에 진귀한 것들을 긁어 모아 용의 섬에 바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인간이 용의 섬에 발을 디딘 것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용의 섬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살아나올 수 없었다.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그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5년, 가뭄과 폭풍의 끝없는 반복이다. 전례 없는 가뭄이다. 땅이 갈라지고 말라붙어 식물은 뿌리를 드러낸 지 오래. 단비가 내리나 싶다가도 그 꼬리에 폭풍을 몰고 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다. 세상을 잃었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말라붙은 사체를 뜯어먹는 벌레가 기승이다. 역사가 반복된다. 다시 용을 향한 기원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거리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7년, 땅은 말라붙은 지 오래, 산들바람은 찾을 수 없다.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몸을 숨기기 바쁘다. 불은 재앙이 되었다. 물이 범람하는 날에는 수없이 많은 목숨을 잃었다. 차츰차츰 생명의 빛이 꺼져간다. 사람들은 말했다. “용이 지켜준다는 게 이런 겁니까? 정말 용이 우리를 지키는 게 맞냐는 말입니다!” 분노는 삽시간에 전염되었다. 가장 강한 미르은의 아이들을 모아 용의 둥지로 보내자. 그런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르은의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용의 섬에 도착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아니,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뿐.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인간들의 피눈물을 담은 금붙이들이 발치에 걸린다. 용을 만나야겠다. 그 숨통을 끊기 위해서라도…….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기록이다. 그 당시에는 비밀에 부쳐진, 미르은의 아이들만 어렴풋이 소문으로 접한 사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후 10년째 되는 해, 총국은 사룡갑사蛇龍甲士를 발족했다. 더는 용의 횡포를 두고 볼 수 없다. 누구라도 좋으니 저 용의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게 포상을 아끼지 않겠노라. 백성들은 얼마 남지 않은 가족을 품에 안고, 미르은의 아이들을 보았다. 간곡히 청했다. 부디, 저 사악한 용의 악행을 뿌리 뽑아달라고.
“그대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들의 최선이다. 누군가는 못내 그 시선을 외면했고, 누군가는 기꺼이 그 목을 베어내 보이겠다 나섰다. 우리의 역사는 이 자리에 쓰일 테지.
악을 몰아낼 사룡갑사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이유로 이 땅을 밟는가?

1017년
심각한 기상 이변의 시작
1013년 2월
진양각 312기 졸업
962년
전례 없는 기근을 겪은 백성들이 용을 깨움
862년
용의 수면기 시작
1012년 3월
진양각 315기 입학
1015년
용의 병환이 나아지길 기원하며, 제물을 바치기 시작
1019년
미르은의 아이들을 차출, 용의 섬에 파견: 실패
1022년
사룡갑사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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